싱크홀 추락이 이륜차 탓인가?... 라이더 뭉치자 보상 거절 철회

M스토리 입력 2026.03.17 11:59 조회수 460 0 프린트

KB손보 부담보 특약 내세워 지급 거절하다 기자회견 하루 전 입장 번복
금감원에 이륜차 운전자 1,636명 집단 진정서 제출

 

대한민국 이륜차 사용자들이 보험사의 불합리한 약관 해석과 차별적 관행을 바로잡기 위해 거리에 나섰다. 단순히 목소리를 높이는 것에 그치지 않고, 1,600여 명이 넘는 라이더들이 집단행동에 나서며 보험사의 보상 거절 결정을 되돌려내는 유의미한 승리를 거뒀다. 

‘싱크홀 추락’이 이륜차 운전 위험인가? 
억울한 죽음과 보험사의 외면사건의 발단은 2025년 3월 24일, 서울 강동구 대명초교입구 교차로에서 발생한 지반 침하 사고였다. 당시 해당 구간을 지나던 배달 노동자 박 모 씨는 갑작스럽게 발생한 직경 20m, 깊이 30m의 대형 싱크홀 아래로 추락해 약 17시간 만에 숨진 채 발견됐다. 유족은 박 씨가 가입한 KB손해보험의 상해보험금을 청구했으나, 보험사는 보상을 거절했다. 박 씨가 가입한 상해보험 상품에 포함된 ‘이륜자동차 운전 중 상해 부담보 특별약관’이 근거였다. 해당 약관은 직업이나 직무 목적으로 이륜차를 운전하다 발생한 사고는 보상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보험사는 사고의 원인이 도로 관리 부실(싱크홀)임이 명백함에도, 단지 ‘이륜차를 타고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10년 이상 보험료를 낸 가입자의 권리를 무시했다. 

일반 라이더·배달 노동자 1,600명의 연대… 보험사를 움직이다
이러한 불합리한 현실을 바로잡기 위해 대한이륜자동차실사용자협회(이하 이실협), 민주노총 라이더유니온지부(이하 라이더유니온), 네이버카페 바이크튜닝매니아(이하 바튜매) 등 이륜차 단체들이 힘을 모았다. 이들은 지난 3월 11일 금융감독원 앞에서 ‘라이더 1,600명 금융감독원 집단진정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라이더들의 분노는 뜨거웠다. 

86만 회원을 보유한 바튜매의 운영진 ‘갓보스’ 김보승 씨는 “우리 회원 대다수가 본인이 당할 수 있는 일이라며 심각성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으며, 이실협 전창욱 협회장은 “사회적 제도와 규정을 이용한 이륜차 차별 정책은 반드시 개정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이륜차 운전자들의 집단적인 움직임과 정치권(민병덕 의원 등)의 압박이 이어지자, 보상을 거부하던 KB손해보험은 기자회견 하루 전인 3월 10일 유족에게 보험금을 지급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라이더들이 연대하여 거대 보험사의 부당한 판단을 뒤집어낸 것이다. 

"약관 개정만이 근본 해결"… ‘운전 중’에서 ‘운전으로 인한’ 상해로 약관 고쳐야
 
참석자들은 이번 보상 결정이 단순한 일회성 판단으로 남아서는 안 되며, 근본적인 약관 개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현재의 약관 문구인 이륜차 운전 중 상해를 이륜차 운전 위험으로 인한 상해로 구체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라이더유니온 자문위원 겸 경기중부비정규직센터 신영배 운영위원은 “이번 사고는 어떤 교통수단을 탔더라도 피할 수 없었던 사고로, 이륜차 운전의 위험과는 무관하다”며, “과거 스포츠 경기 중 상해 면책 약관이 2011년에 합리적으로 개정된 사례처럼, 이륜차 관련 약관도 사고와의 인과관계를 따지도록 개정되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라이더유니온 구교현 위원장 역시 “사고의 인과관계가 없는 경우까지 부담보 특약을 남용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라이더도 시민이다… 금융감독원에 개선 촉구 
기자회견 종료 후 참석자들은 1,636명의 라이더가 서명한 진정서를 금융감독원에 제출했다. 진정서에는 보험사가 특별약관을 적용 범위를 '이륜차 운전 중 발생한 상해사고'에서 '이륜차 운전으로 인해 발생한 상해사고'로 좁힐 수 있도록 금융감독원이 나서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유가족인 박수빈 씨는 “라이더들도 같은 도로를 이용하는 시민이자 보험료를 납부하는 소비자”라며, “오토바이를 탔다는 이유만으로 안전을 보장받지 못하는 불합리한 구조가 개선되기를 바란다”고 호소했다. 

이번 사태는 이륜차 사용자들이 스스로 권리를 지키기 위해 결집했을 때 사회적 변화를 끌어낼 수 있다는 소중한 선례를 남겼다. 이제 공은 금융당국으로 넘어갔다. 이륜차를 탄다는 이유로 예기치 못한 재난 상황에서조차 배제당하는 차별적인 보험 시스템이 과연 ‘공정’한지, 사회적 논의와 제도적 정비가 시급한 시점이다.
M스토리
맨위로